"무모해보여도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 있다" - 어느 SW 개발자 이야기 SW 이야기2012-08-15 17:34:03
지난달 30일 이메일로 받은 보도자료 하나가 강하게 눈길을 끌었습니다. 국내 한 엔지니어가 범용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. 기자생활을 하면서 이런 소식을 접한 적이 없어 생소하기도 하고 의구심도 들었지만, 프로그래밍 언어를 국내에서 개발했다는 것 자체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.

'data-p'로 이름 붙인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한 최시영 싸이브레인 대표와 전화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했지만, 많은 궁금증이 남았습니다.
왜 프로그래밍 언어 개발이라는 쉽지 않은 일에 뛰어들었을까? 이미 외국에서 개발된 수많은 프로그래밍 언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무모한 건 아닐까?

그래서 직접 만나보기로 했습니다.
최시영 대표를 만난 것은 이튿날인 7월 31일 늦은 오후. 그가 살고 있는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의 한 커피숍에서였습니다.
그가 살아온 길부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하게 된 이유, 앞으로의 계획(희망) 등 많은 것을 물었고, 최시영 대표는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했습니다.
다음은 며칠 뒤 쓴 인터뷰 기사의 일부입니다.

<최근 범용 프로그래밍 언어인 `data-p`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는 최시영 싸이브레인 대표는 1980년대 초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를 준비하다 `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'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SW 개발에 발을 들여놓은,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.
최시영 대표는 이후 유닉스, C언어 등을 공부했고 프리랜서 개발자로 활동하던 2004년 미국에 여행을 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.
최 대표는 "당시 미국의 여러 대학을 둘러보다 MIT 등 미국 대학 전산학과 학생들이 배우는 책을 봤는데 너무 어려웠다"며 "대학 때부터 핵심기술을 배우는 것이 미국의 저력이라는 생각이 들었고, 이 때 한국 사람이 쉽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"고 말했다.
최 대표는 "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SW 기술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있겠지만, 그 중 하나가 우리의 독창적인 프로그래밍 언어가 없고, 그것에 기반한 기술을 축적할 수 없었기 때문"이라고 덧붙였다.
프로그래밍은 이러한 컴퓨터를 제어하는 유일한 방법이며, 프로그래밍 언어 뒤에는 매우 중요한 컴퓨팅 이론들이 숨어 있다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.
최 대표는 고생 끝에 data-p를 개발했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설명했다.
최 대표는 "우선 라이브러리가 많이 개발돼야 하고,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하며, 국내는 물론 해외 여러 나라로 확산시켜야 한다"며 "이를 위해 뜻을 같이 하는 개발자들의 동참이 절실하다"고 말했다.
최근 최 대표가 문을 연 data-p 웹사이트(
www.data-p.org)에 가면 data-p 인터프리터 프로그램을 내려 받아 써볼 수 있다.
최 대표는 또 "미국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국가와 대학이 밀어주기 때문에 원천기술이을 개발할 수 있지만, 우리는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낭비라고 생각한다"며 "미국처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"고 강조했다.>

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편한 길을 놔두고 정말 많은 고생을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하지만 최 대표 같은 사람이 많아져야 한국의 IT가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.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최 대표의 말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면서 핵심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.
data-p가 최 대표의 바람처럼 많은 원군을 얻어 대안의 프로그래밍 언어로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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